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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월간 인재경영)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월간 인재경영 인터뷰 기사 전문

전성열 편집장 |  2018년 4월호, 제158호

88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부터 3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줄곧 ‘스피치’ , ‘커뮤니케이션’ 분야 외길을 걸어왔기 때문일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참 다르다. 핵심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연속으로 이래서 스피치 분야 최고 강사구나 새삼 감탄하게 된다. 청중 앞에서든 카메라 앞에서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멘션을 자랑하는 김태옥스피치센터 원장을 만났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실패와 실수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닮고 싶다’, ‘그 능력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 원장과의 인터뷰도 딱 그랬다. 모호한 질문에도 단번에 핵심을 파악, 이내 간결한 대답이 돌아온다. 첫 질문으로 원래부터 말을 잘했었는지를 물었다.

“스피치센터 원장, 강의기법·커뮤니케이션 분야 강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나 또한 원래부터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니 말을 잘못하는 사람이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것에도 자신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실제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수업시간에 있었던 부끄러운 경험이 스피치 분야 강사로 거듭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인데, 선생님의 책읽기 주문에 크게 소리 내어 읽지 못했던게 하나의 시발점이 되었다. 목소리가 기어들어가고 얼굴이 빨개졌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고 나중에는 그런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더라. 발표력에 문제의식을 갖고 웅변학원에 등록, 한 달이 멀다하고 웅변대회에 출전하며 말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위해 공을 들였고,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을 쏟아 붓다 보니 어느새 나설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는 내가 되어 있더라. 그렇다고 그 뒤부터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되었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서는 데까지는 무리가 없었으나 다듬어지지 않다 보니 실수, 실패를 숱하게 맛봤다. 그런데 이러한 실수도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성이 생기고, 또 나중에는 실수도 재치 있게 넘길 수 있는 내공까지 생기더라.”

김 원장의 경우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려고 할 때 가슴이 뛰거나 얼굴이 붉어졌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대개는 이러한 경험에 문제의식을 느끼기보다는 피하거나 도망치는 아주 쉬운 방법을 선택한다. 여기서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김원장은 피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이를 정면돌파하는 정공법을 선택, 소리 내어 책을 읽는 것에도 자신이 없었던 수줍음 많던 학생을 스스로 연단에 올려놓은 것이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이 묻고 답하기를 반복하면서 길을 찾았다는 김 원장에게 다음 질문으로 자신감 상승이 성격 변화를 이끌었는지 물었다.

“성격 자체가 바뀌는 건 아닌 것 같다. 스피치를 배우거나 웅변을 배우게 되면 나설 기회가 왔을 때 주저하지 않게 되는 것이지, 갑자기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으로 바뀌는 것 같지는 않다. 쉽게 말해 훈련을 통해 거부감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말하는 것도 하나의 기능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를테면 운전을 배우거나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누구나 배워서 익힐 수 있는 기능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은 우니까 슬퍼지고, 도망가니까 무서워지고, 웃으니까 즐거워진다”라고 알려진 ‘제임스-랑게 이론’을 꺼내 들었다.

“행동을 먼저 하면 마음도 따라가게 돼 있다. 원래 적극적인 성향이어서 나서는 게 아니라 나설 기회가 왔을 때 ‘해 보지 뭐!’하고 나서게 되면 마음이 변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도 그런 모습을 보고 ‘저 사람 적극적이네!’ 라고 봐 주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도 ‘척만 해도 사람이 변한다’라고 말하지 않던가.”

30년째 강단에 오르지만 언제나 강단에 오르는 일은 설렘과 동시에 적당한 긴장감이 있다는 김 원장, 처음 마이크를 잡았던 순간이 궁금해졌다.

“대학 졸업 후 5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는데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직장생활이 내게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새로운 일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내가 뭘 할 때 잘하고 행복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다 보니 가장 먼저 웅변, 스피치라는 단어가 떠오르더라. 답이 나온 이상 더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과감히 사표를 내고 웅변학원을 열었다. 웅변학원 10년, 스피치센터 경영 20년째에 이르고 있다. 스피치센터 운영을 막 시작할 때 대학의 요청으로 10년 정도 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의를 나갔었는데, 한 번은 수강생 중 한 분이 자신의 회사 신년 워크숍 특강을 의뢰해왔다. 흔쾌히 수락을 하고 150여 명 임직원들 앞에 섰다. 그런데 준비가 부족했는지 할 이야기를 다 마쳤는데도 시간이 30분 가까이 남아있었다. 회사 신년 워크숍인 점에 착안, 직원 몇 분의 신년계획을 듣고 더불어 나의 신년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주어진 시간을 채우긴 했지만, 속으로는 적지 않게 당황했었다. 이러한 경험을 하고 나니 내가 강단에 서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알게 되더라. 그 일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자기계발에 매진하고 있고, 강의 의뢰가 들어오면 항상 차고 넘치게 준비를 하고 있다.”

너무도 진부한 표현이지만 실패를 자양분 삼아 자신을 단련시킨 것. 김 원장은 이어 새로운 교수법을 강의에 적용했다 실패를 맛봤던 에피소드를 하나 더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갖가지 시행착오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김태옥이 있게 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많은 강사가 좋은 강의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도전한다. 나 또한 새로운 교수법에 관심이 많다. 10여 년 전의 일로 기억하는데, 당시 김성학님으로부터 강의를 풍요롭게 하는 기법, 일명 강풍법의 ‘따로 또 같이’ 게임을 배워 내 강의에 처음 적용했을 때의 일이다. 참고로, ‘따로 또 같이’라 하면 4명을 한 팀으로 구성, 한 사람이 한 주제에 대해 공부를 해서 그걸 나머지 3명에게 가르쳐 보는 방식이다. 가장 좋은 학습방법은 직접 가르쳐 보는 것 아니겠는가. 참신한 교육 방법이라 판단해 공무원 대상 강의에 적용을 해보았는데, 강의평가 설문이 기대 이하로 좋지 못했다. 강의평가가 낮게 나온 이유를 분석해 보았다. 패인 중 하나는 뭘 시키는 것을 싫어하는 공무원 특유의 특성, 이른바 피교육자의 성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데 있었고, 다른 하나는 ‘따로 또 같이’ 교육방식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설익은 방법으로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그 연수원에서는 나를 더 이상 부르지 않았고, 이러한 시행착오가 내게는 큰공부가 되었다.”

김 원장은 새로운 교수법이나 콘텐츠는 반드시 ‘이해→숙성→통찰’ 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머리로 이해한 내용을 가슴에 담아 숙성시키고, 실수와 실패와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통찰에 이른다는 것. 김 원장은 통찰에 대해 ‘태산같이 높은 지식도 티끌 같은 깨달음 한 번에 무너지게 되는 현상’으로 설명했다.

인생은 자기계발의 연속

스피치를 주 무기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김 원장, 그 뒤로 슬럼프나 위기의 순간이 또 있었는지를 물었다.

“다행히 아직 이렇다 할 위기나 슬럼프는 없었다. 실제 크게는 아니지만 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가고 있는데 감히 이 같은 결과에 자체 진단을 내려 본다면, 강사로서의 기본과 원칙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교육의 목적은 문제해결이다. 개인이나 조직에 실제로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한 교육은 제대로 되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지속적인 공부, 재미있고 니즈에 맞는, 마음을 움직이는 강의를 위해 노력하다보니 가능했던 것 같다.”

강단에 서는 강사로서의 무게감을 잘 이겨냈기에 지금의 위치에 오를수 있었다는 김 원장은 거듭 강사로서의 자기계발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인 물은 썩는 법이다. 더욱이 강사는 대개가 프리랜서다. 즉,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세상의 속도와 변화 방향에 맞춰 계속해서 업데이트해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반복해서 우려먹으면 학습자들이 먼저 안다. 강사로서의 경쟁력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같은 콘텐츠라도 남들보다 뛰어 나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들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둘 다 가지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는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남들보다 뛰어나야 하고,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 비단 강사라는 직업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자기계발에 힘써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시간이 없어서”, 또는 “이대로가 뭐 어때서”라는 적당한 명분을 들어 현실에 안주를 하고 만다. 이 대목에서 차이가 생기게 된다.

김 원장은 자신에게 없는 것이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만족’이라고 말한다. 성장과 진화는 생명을 가진 유기체의 본능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현실에 안주하고 도전을 포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핑계거리이다. 둘러보면 시간과 돈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배울 수 있는 온라인 강좌나 세미나 등이 널려 있다. 김 원장은 변화의 계기는 자극인데, 우리가 변하지 못하는 것은 절박(외부자극)하지 않거나, 변화해야 할 이유(내부자극)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변화는 결국 감정의 문제라고도 했다.

“인생의 실패자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자들이다. 반대로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자들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그 전까지 안 했던 것을 새로이 시도해야 한다. 당연히 감정이 불편하다. 감정의 불편함을 동반하지 않는 변화는 없다. 하지만 일정 기간 반복하다보면 불쾌감이 쾌감으로 바뀌고, 우리는 이것을 습관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큰 변화도 일상의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작은 변화들이 쌓이고 쌓여서 예기치 못한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일과 자기계발을 병행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지금의 세상, 즉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이다.

“100세 시대다. 이는 곧 직장을 다니면서 동시에 다음의 삶을 이어갈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함을 의미한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이 자기계발이다. 그중에서도 스피치는 행복한 미래를 만나는 문(門)이다.”

스티브 잡스가 과거 한 대학의 연설에서 ‘Connecting the dots’라는 표현을 써서 회자가 된 적이 있다. 쉽게 말해 과거의 경험들이 모이면 하나의 선이 되어 결국 내 인생이 된다는 건데, 내가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경험이든, 실패라고 생각하는 경험이든 그것이 하나하나 모여 결국 현재의 나를 만든다는 것이다. 숱한 실수와 실패 앞에서 스스로를 치열하게 채찍질했기 때문일까. 시종일관 세상의 어떤 변화에도 맞춰 나가겠다는 유연성, 그야말로 베테랑의 기운이 넘친다.

“개인을 리더로, 조직을 위대한 조직으로 만드는 게 나의 사명이다.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스텝 바이 스텝, 묵묵하게 내 길을 걷고 싶다. 5월부터는 도서 출간에 맞춰 ‘바로 써먹는 스피치’ 전국투어를 할 것이다. 앞으로의 행보도 지켜봐 달라.”

김태옥 원장은

김태옥 원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높은 강사로 기업체 CEO와 정치인, 공직자, 전문 강사에게 스피치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생활스피치 훈련센터를 운영하며 발표력 향상, PT스킬, 효과적 의사소통 기법, 강의기법 등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고, 개인강습과 온라인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미국 파일론대학교(PYU) 대학원(스피치학)을 졸업하고 현재, 한국청년회의소(JCI) 연수원 교수, 경찰교육원 외래교수, 사)한국강사협회 교육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30여 년간 대학, 관공서, 기업체 연수원에 4,000여 회 출강했다.

전성열 편집장  abouthr@naver.com